회사 동료 분 중에 컨텐츠 쪽으로 감각이 굉장히 좋은 분이 계시다. 지금은 연출 쪽 디렉팅 및 최종 구현(전체 리소스 기획 컨펌, 리소스 발주, 완성된 리소스 조립 후 루아 스크립트 기반으로 연출 구현)을 맡고 계신데,

 

한두달 전인가 같이 술자리를 하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분과 친하게 지내는 동료 프로그래머 한 분이 같이 술을 먹다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거다. 

 

"XX님 하시는 일(연출 총괄)은 기획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YY 팀장님(시스템 기획 총괄자)이 하는 게 진짜 기획인거지. 그 경력 가지고 다른 회사는 가지도 못할거고, 아마 가봐야 경력에 비해서 인정도 못 받을 걸요?"

 

저 말을 뱉은 프로그래머 분은 회사에서 꽤나 촉망받는 유망주(?)이고, 이 둘은 암튼 꽤나 친한 사인데, 저 말을 듣고 XX님은 당연히 폭발, 술 자리를 더 하려다가 그냥 집에 가셨다고 한다.

 

그 영향인지, 이 분은 요즘에 시스템 기획 쪽으로 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

 

개인적으로는 4~5년 간 같이 일하면서, 디렉터 급 센스를 가진 분이라고 생각하는 몇 안 되는 분인데,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래도 컨텐츠 기획이 시스템 기획보다는 업무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게임을 해봤어도 어느 정도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라던가 프로그램이라는 거 자체가 돌아가는 구조에 대해 어느 정도 기반 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 기획과 달리, 컨텐츠 기획은 일단 게이머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쉬우니까.

 

게임 개발을 대중음악에 비교하면, 컨텐츠 기획은 '보컬'에 가까운 것 같다. 뭔가 전문적 훈련이 필요한 악기 연주나 작곡 파트와 달리, '노래' 자체는 개나소나 할 수 있다. 다만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드물고, 대중에게 '노래가 좋다'는 느낌을 주는 데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보컬 퀄리티이다. (대중음악에 비교한 것이니 재즈같이 보컬이 없는 음악을 예로 들지는 말자.)

 

우리 회사에서만 벌어진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많은 개발팀에서 컨텐츠 기획 관련 업무의 인식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게임계의 미래 자체가 어둡지 않은가 싶다 -_-; 시스템을 아무리 정교하게 잘 짜더라도 좋은 컨텐츠가 나와주지 않으면 알멩이가 없는 것이 아닐까?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컨텐츠 기획자가 스스로 자긍심과 이를 통한 동기부여를 얻지 못한다면 그 사람이 Creativity를 발휘할 수 없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지만, 이 얘기를 쓰고 나니 갑자기 머리가 아파와서 이 포스팅은 여기까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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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엘사이스

네오위즈나 위메이드 급 개발사까지도 거의 모바일에 전력하려는 움직임인 듯 한 지금 상황에서,

 

엔슨(엔씨+넥슨-ㅅ-) 빼고 국내에서 PC온라인에 사운을 걸려는 회사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

 

일단 개발 비용과 단가 면에서 비교가 안 되고, 똑같이 500억을 굴려도 PC온라인이면 5년 간 하나, 모바일이면 1년 간 여러 개(이번 위메이드 신작 러시처럼)를 시도해볼 수 있으니 퍼블리셔 입장에서 리스크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개발사 입장에서도 3년 이상 걸려서 리스크 있는 시도를 하는 것 보다 짧고 콤팩트한 개발이 훨씬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돈 쳐발라서 플래그십 타이틀 급 PC온라인 게임을 만들어도 사용자의 결제 금액이 그만한 차이가 나는 게 아니다.. -_-; 블소 플레이 1시간만 해봐도 여기에 들어간 자본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피부로 느껴지는 데, 유저들 입장에서는 정액비 2만3천원이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이다. (후배가 블소하려고 친구들 끌어들이려 열심히 노력했지만 15레벨을 넘긴 사람들 반응은 하나같이 "넘 비싸서 못하겟어 ㅈㅅ")

 

엔도어즈 김태곤 PD님께서 NDC 키노트를 통해 'PC 이용시간이 줄어들고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말씀하셨지만, 아마 수요(PC온라인 이용자)가 마르기 전에 공급(PC온라인 개발작)이 먼저 끊길 것 같다.

 

이걸 반대로 뒤집어보면, 지금 Reasonable한 수준의 개발비로도 만들 수 있는 사용성 높고,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신규 PC온라인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2~3년 뒤에 런칭한다면, 공급 부족 상태의 시장에서 의외의 히트를 칠 수도.. :p

 

(MMORPG, FPS, AoS, 이런 건 fail; 앞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미 주류 장르로 자리 잡힌 건 3년 뒤에 나와서 자리잡으려면 500~1000억 이상 때려 박지 않는 이상 선발 주자 선점을 뚫고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고 봄. 물론 때려 박아도 안 될 리스크가 크다는 건 함정.)

 

주류 온라인 게임계에서 주목하지 않던 AoS란 놈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듯이, 지금 개발자들이 보지 못하고 있는(혹은 마니아 게임으로 취급받고 있는 무언가 구석탱이에 있는) 어떤 장르의 씨앗이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눈에 안 보이는게 함정 ㅠ_ㅠ 누가 깔쌈하고 가능성 있어 보이는 컨텐츠 있으면 추천 좀 해줘요 ㅋ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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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엘사이스

LoL의 대성공 때문에 AoS를 개발하고 있는 분들이 많겠지만,

 

도타(국내에서는 카오스)의 인기를 타고 올라온 AoS 파도를 제대로 탄 건 LoL 하나 뿐, 이 뒤로 나오는 AoS들은 이미 장르로 정립화 된 M(M)ORPG나 FPS의 공식을 그대로 타야 할 것.

 

1. 장르 내 확실한 리딩 게임이 있고, 해당 게임은 계속 라이브 업데이트를 하면서 컨텐츠를 쌓고 있다. 이미 티핑포인트를 넘긴 선발 주자가 지니는 시장 지배력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계속해서 공고해진다.

 

2. 후발 게임은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줘서 후킹하던가(= 개발비 상승. 단순 런칭까지의 단가 뿐 아니라 라이브 업데이트 비용도 그만큼 올라감), 선발 주자가 지닌 단점을 개선한 혁신을 하거나(= 실력 싸움. 비주얼이 아닌 게임 내용을 통한 혁신을 위해서는 재미요소 검증과 완성도 확보를 위한 개발 기간이 그만큼 많이 필요하고, 투자하는 입장에서 지니는 리스크 때문에 생기는 챌린지도 그만큼 늘어날 것) 둘 중 하나를 해야 함.

 

3. 아니면 LoL을 최단 시간 내에 완성도 있게 벤치마크 한 다음 LoL이 런칭하지 않은 해외 시장에 선점 런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빨라야 개발 시작 후 1~2년일거고, 그 때까지 월드와이드에 시장이 남아 있을지는 의문.

 

4. 스마일게이트 이번 발표처럼 유명 IP의 제휴도 좋은 방법이지만 고퀄리티 IP일수록 제휴 조건도 까다로울텐데, 쉬운 길은 아닐 듯.

 

어느 쪽으로 하든 자본력이 있는 기업에서 해야 하는 일이고, 중규모 기업이나 벤처 하시는 입장에서는 하지 않기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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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엘사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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